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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 Book (미스터북)

2009년 6월 27일


김진명 작가의 책은 중고등학교 때 한참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와 <가즈오의 나라> 등 그의 소설을 읽고 있다보면 약소국의 국민으로서 끓어오르는 분노에 뜨거운 눈물(!)이 차오르는 것을 막을 수 없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물론 한참 정의감에 들끓었던 시절의 이야기이긴 하다.

그의 최근작인 <천년의 금서> 출판 즈음하여 예스24와 롯데시네마가 함께 준비한 김진명 작가 강연회에 다녀왔다. 차가 밀려서 조금 늦게 도착했다는 사과와 함께 그는 차분하게 강연을 이어갔다. 그는 관객석을 채운 젊은이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서 외모, 재산, 학력 등과 같은 외적 '힘'보다는 착함, 의로움, 효도, 희생, 성실함, 진지함, 검소함 등의 내적 힘을 추구하는 삶을 살 것을 요구하였다. 저 내적 힘을 구성하는 요소 중에서 단 한가지만을 인생의 최고 '원칙'으로 삼아 목숨을 다해 추구해 보라는 것이다. 그리고 더불어 자신의 대학시절의 에피소드 하나를 들려주었다.

기아로 쓰러진 아프리카의 한 소년의 사진을 잡지에서 본 뒤 큰 충격을 받고 세상의 한 쪽에서 먹을 것이 없어 굶어 죽는 사람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김진명 작가. 지금처럼 매체나 기관이 발달했던 때가 아니라 구호품이나 물질을 보낼 수 있는 통로를 찾기가 쉽지 않았던 그 때, '내가 밥을 배불리 먹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하루에 한 끼씩 굶기 시작했단다. 그렇게 쇠라도 씹어먹는다는 20대 초반의 나이에 점심을 거르며 굶주림을 피부로 느끼는 경험을 하기를 6개월, 학생식당에서 수많은 밥과 반찬이 먹다 남겨져 버려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는 그때부터 학생식당에서 다른 학생이 먹다 남긴 밥을 먹기 시작했단다. 주로 예쁘고 마른 여학생들이 음식을 많이 남겨서 그들이 놓고 간 식판의 밥을 먹다 보니 변태로 소문이 나기도 했다는.. 사실 그게 말이 쉽지 한참 주위 사람들의 반응이나 외부에 비치는 모습에 예민할 20대 초반의 젊은이가 행하기에 결코 쉽지 않은 실천이었으리라. 한번은 밥을 남기고 자리를 떠났던 여학생이 되돌아와서 기분이 나쁘다며 큰 소리로 따져물었다는데 거기에다 대고 김진명 작가는 하나도 부끄러움 없이 '인류와 대의를 위한 실천'이라고 담담하게 대꾸했단다. 
자신의 삶을 통털어 무조건 옳다고 믿는 일, 원칙을 행할 때 부끄러움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며 관객들과 함께 킥킥거리기도 했지만, 어떻게 생각해 보면 참 우습고 치기어린 행동일 수도 있겠지만 그건 아주 작은 일에도 옳은 것을 행하는 정의로운 사람의 성격을 보여주는 극히 작은 일부분일 뿐이다. 그는 그런 마음가짐으로 자신의 원칙을 좇는 길을 살아왔고 자신의 신념을 세상에 좀더 알리기 위해 그 방법으로 소설을 쓰는 직업을 택했으리라. 실제로 어린 날의 나는 그의 소설을 읽으며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리고 부당한 권력에 대한 깨달음을 갖게 되었던가.


감수성이 예민하고 우직한 성격에서 우러나오는 꼿꼿함은 관객의 질문에 대답하는 모습에서도 잘 보였다. 그의 신작 <천년의 금서>에 대한 작가의 설명에 뒤이어 한 관객이 역사적 사실에 대한 작가의 지식과 소설 기술상의 오류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을 때였다. 냉철하면서도 예리한 지적이었다. 작가가 어떻게 대답을 할지 엄청 궁금해 졌을 때 작가는 여유로운 표정을 잃지 않은 채로 자신에게 쏟아졌던 독자들의 지적을 받는 게 너무나 익숙하다는 듯이, 그 관객에게 먼저 중요한 질문을 해주어서 고맙다는 말을 잊지 않았고 질문자의 궁금증을 풀어줄 수 있을만한 대답을 조리있게 들려주었으며 자신의 자세한 답변은 예스24 블로그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말을 남겼다. 연륜있는 작가의 그러한 대응은 다소 도전적이었던 질문자의 태도를 머쓱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역시 말을 할 때에는 내용도 중요하지만 말을 하는 장소와 분위기를 고려한 매너 안에서 유용하게 대화를 이끌어 나갈 줄 아는 기술을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이 이기게 되는 듯. 그래서 '어른스럽다'는 표현은 아무에게나 붙일 수 있는 수사가 아니다. 작가는 강연내내 시종일관 어른스러운 면모를 보였다. 물론 예술가로서의 독특한 습관이나 사고 방법, 근성 역시 발견되었다.



다행히 강연회가 시작되기에 앞서 입구에서 그의 최신작 <천년의 금서>를 받았다. 강연이 끝난 후 직접 싸인을 받을 기회가 있었지만 줄을 서서 기다리지는 않았다. 작가와 아이 컨택트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경험이겠다만 그게 그다지 중요한 것 같지 않았다. 중요한 건 '마음'이잖겠는가.

 집으로 오며 생각하길, 과연 나의 일생을 건 원칙을 무엇으로 삼을 것인가에 관한 것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성실함' 밖에 노력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이 없는 듯 했다. 재능이나 운 따위는 바랄 수는 있지만 기댈 수는 없는 것일테고, 그저 노력해서 그만큼에 상응하는 댓가를 받으며 사는 것 밖에는 달리 방도가 없을 듯 하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성실함이 나 자신만을 위한 것이었다면 앞으로는 조금 더 바깥, 공공을 위한 성실함이 된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조금은 더 괜찮은 삶이 되지 않을까.

그의 작품세계에서 드러나는 독할 정도의 민족주의나 팩트와 픽션의 모호한 경계 등 개인적으로 궁금한 것들도 많았지만 그의 모든 작품을 읽고 난 후 또 이런 기회가 생기길 기대해 봐야겠다. 무엇보다도 이 독특한 '어른'과의 만남이 무언가를 다시 시작해야 하는 위치에 서있는 나에게 있어 유익한 시간이었던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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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옷! 좋은 저자 강연회에 다녀왔네요^^* 김진명 이라~ ㅎㅎ

    2009/06/29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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